아라치와 놀러가기!

헝가리사람들이 주말에 가는집?!

Hoihoi냠냠 2011. 1. 26. 07:23

 

 

처음에 헝가리말을 잘 못했을때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영어로weekend house라고 하던곳..hétvégiház!!

(hetvegihaz-혹시나 안보이시는 분들을 위해 헝가리어를 영어알파벳으로^^)

 

직역하면 주말의 집! 

아니 도대체 그게 뭐야? 주말에 가는 집이야?

헝가리 사람들은 여름에는 거의 헤-뜨베-기하즈에서 살다시피 한답니다.

알고보니 별장같은 개념이네요. 


우리는 잘사는 사람들이나 있는 그 이름도 거창한 별장!

물론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그런 별장과는 완~전 거리가 멀지만요..^^


헝가리에는 보통 별장을 한집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답니다.(없는 집도 있어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강가나 시골에 집을 지어서 정원도 가꾸고

주말마다 쉬고 올수도 있는 그런 곳이지요.파티를 하기도 하고요..

단독주택이기 때문에 시끄럽게 떠들어도 술마시고 놀아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우리집은 마르치가 10살때 미키가 6살때 

아버지와 아들들이 같이 직접 이 집을 지었대요.

 


아버지가 설계를 직접하시고 아들들과 함께

땅파서 지하실도 만들고.. 벽돌도 착착착 쌓아올리고.

돈이 생길때 마다 조금씩조금씩 자재를 사다가 만드느라

저 집이 완성되기까지는 15년이나 걸렸대요.

우리나라 같으면 가능이나 한가요? ㅎㅎ

성질이 급해서 돈 빡세게 모으던지 대출을 받던지해서 얼른얼른

지어버려야 속이 편하지 15년을 어떻게 저걸짓고 있겠습니까?

ㅎㅎ 헝가리니까 가능하지용... 안그렇습니까? ㅎㅎ

 

온가족이 같이 만든집이라 더 정이갑니다^^

모두가 우리가족처럼 집을 직접짓지는 않고요.

그냥 집을 사기도 하고 아니면 사람을 불러 집을 짓기도 한대요.

 

우리집은 한국식으로 치면 총3층이고요.

1층은 화장실과 샤워실 부엌이있습니다.

2층은 침실 3층은 다락방.. 안에 있는 가구들도

모두 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거래요.

 

예전에 외할머니께서 살아계실땐 고추랑 딸기랑 라즈베리,

토마토,수박,호박,양고추냉이 등을 키우셨대요..

포도나무도 4줄이나 있었고 살구나무 자두나무도 있어서

외할머니는 매주토요일에 가서 농사짓는것이 낙이셨대요.

그덕에 마르치는 맛있고 신선한 것들을 많이 먹을수 있었답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매주 가서 돌보는 사람이 없다보니

영 휑~하니 쓸쓸.. 해 보이네요...

 

할머니가 안계시니까 농사도 안돼서

지금은 자두나무와 살구나무만 있답니다.

여름엔 아버지께서 혼자 기차타고 한번씩 다녀오시는데

다녀오시면 우리집에는 자두가 이~따만큼씩 쌓여있어요^^

너무너무 맛있어요^^ 한국에서 먹는 자두와는 완전 다르지만요.

저기 아버지의 뒷모습이 살짝보입니다^^

 

겨울에는 물이 얼어서 안나와서 가서 놀 수가 없어요.

난방시설도 없고 해서 말이지요...

물은 수돗물이 아니라 지하수를 퍼서 쓰거든요,

(안그런 집도 아주 많습니다, 우리집이 좀 열악합니다^^)

 

예전에 외할머니께서 물탱크에 물을 채우라고

마르치한테 시키시면 200리터의 물탱크를 채우기 위해 하루종일 펌프질을 했답니다 

10Ft씩 주시는 수고비를 받으려고요..ㅎㅎ


 

그당시 10Ft면 동그란 아이스크림세개가 올라간 아이스크림콘을

사서 먹을수 있는 돈이었대요.. 그게 먹고싶어서 종일 펌프질..

그다음날에 일어나면 온몸이 쑤셔서 죽을뻔했대요 ㅎㅎ

 

할머니는 멋쟁이셨나봐요.

항상하이힐을 신으셨답니다.밭에서 일을 하실때도요..ㅎㅎ 

그래서 늘 미키와 마르치는

텃밭에 구멍이 뽕뽕있는것이 재밌어서 맨날 찾아다녔대요^^

 

외할머니가 살아계실때 제가 이곳에 왔더라면 어땠을까요?

정말 너무너무 재미났을것 같아요..


아라치는 할머니가 너무 좋아요..

어릴때부터 할머니랑 같이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이번에 헝가리에 와서 둘째날 밤에 꿈을 꿨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외할머니꿈.. 


꿈에서 외할머니로 느껴지는 할머니께서 제 머리를 쓰다듬으시더니 

뽀뽀를 해주시고는 침대에서 저를 안고 주무셨지요..



지금도 생생합니다. 왜 그런꿈을 꾸었는지 지금도 의문이지만.

아마도 할머니께서 살아계셨다면 아라치를 많이 예뻐해주지 않으셨을까요? ^^ 

그냥 저 혼자 만의 생각 입니다만..ㅎ

 

겨울에 방문한 우리 헤뜨베기하즈는 잡초 투성이입니다.

그동안 너무 관리를 못해서 그런 가봐요..

아라치도 한 몫했습니다! 얻어먹고 사니 밥값을 해야지요^^

 

온가족이 잡초뽑느라 정신없었는데

마르치는 파파라치놀이를 하며 혼자놀기 했나봅니다!-_-;

사진찍히는 지도 모르고 저러고 열심히 일했답니다.

 

연장도 다 구비되어있었어요..

마르치랑 미키가 지하실만들때 땅파느라 썼던 삽도 아직있고ㅎ

 


어때요? 우리 가족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여름에 헝가리에 오신다면 아라치의 별장에 초대하겠습니다.

다같이 파티하자고요~^^ 

시설은 관리와 청소가 안돼서 최악입니다!

먼지투성이에 시멘트 바닥에 찬물만 나와요~!!

괜찮으시다면 함께하자고요^^

정원에 돗자리 깔아놓고 비키니입고 썬탠도 하고..ㅎ

같이 우리 자두나무의 자두도 따먹고~

잡초도 같이 뽑고..^^ㅎㅎㅎ

 

우리집이 아니더라도 혹 헝가리언 친구가 생긴다면

여름 휴가에 헤뜨베기하즈에 분명히 가는 기회가 생길껍니다!

 

추운겨울에 여름휴가를 꿈꾸는 아라치..^^

 

오늘은 부다페스트에도 눈이 왔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서 살만하더니 갑자기 추워져서

여름이 그리워져서 생각난 주제랍니다^^

 

아! 헝가리사람들은 이 별장을 telek이라고도 부르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소구역,건축부지,대지,작은지면...

이라고 나와있네여. 뗄렉이 짧아서 좋긴하군요^^ㅎㅎ

 

혹시 헝가리친구가 생긴다면 물어보세요!!^^

Neked van Telked?(네께드 번 뗄께드?) 너네 별장있어?!

 

아라치의 대답 Igen, van(이겐,번) 네, 있어요~

 

 

 

 

한국에서는 상상하지못하는 이런 여유... 이런것은 참 부럽습니다.

우체국이나 은행이나 계산대에 앉은 여자가 여유부리면 머리끄댕이를 잡고싶지만..ㅜ.ㅡ